불온서적 마케팅

처음 국방부가 불온도서 목록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부키('나쁜 사마리아인들' 출판사) 사장이었다면 시중에 깔려 있는 책을 싹 수거해들인 다음, '2008 국방부 불온도서 선정!!*****'이라고 쓴 빨간색 띠지를 둘러 다시 내놓을 텐데'

... 그런데 정말 이걸 마케팅에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독자의 반발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유머러스하면서도 약간 sardonic한 느낌도 나고... 여튼 최고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경우 판매량이 1900%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그 약발 하나는 확실한 모양이다.
by 애쉬블레스 | 2008/08/04 00:55 | With or Without You | 트랙백 | 덧글(2)
The Portable Novels of Science
근무중인데 갑자기 박상준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현재 오멜라스에서 올라프 스테이플던의 Odd John을 번역중인데, 역자가 사용하는 종이책과 e-텍스트에서 단어 하나가 다르게 표기되어(하나는 'Anti-left'이고 다른 하나는 'Anti-lift') 있다고 한다. 검색 결과, Odd John이 실려 있는 The Portable Novels of Science라는 책이 부산대 도서관에 소장 중이니 보고 확인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 같았으면 문맥을 따라 '이건 anti-left네'하고 그냥 휙 번역해버렸을텐데, 역시 꼼꼼하시구나.

확인을 위해, 신청서를 쓰고 자율(?)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을 대출했다. 그런데 책의 오래된 듯한 느낌, 그러니까 빈티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본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찍어놨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썼던 물건은 더러워서 절대로 안 쓴다고도 하던데, 나는 캐나다에 있을 때 헌책방에 죽치고 살다시피해서 그런지 헌책의 느낌이나 촉감이 정말 좋다.

제본이 정말 예쁘다

The Portable Novels of Science. The Portable Science Fiction이 아닌, Novels of Science라는 표현에 주목.

우와, 1945년에 나왔으면 50년 넘은 책이잖아! 이거 골동품 수준인데!

수록작의 면면이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이 같이 실려있는 게 이색적이다.
by 애쉬블레스 | 2008/07/12 23:57 | SF/팬터지 | 트랙백 | 덧글(2)
이달의 크고 아름다운 지름
.. 복구했다. 구글신 만세.


저번달에 질렀던 것들이 한꺼번에 도착했다. 일단 파워즈의 'On Stranger Tides'부터.

팀 파워즈의 'On Stranger Tides' limited edition. '청춘의 샘(Aqua de Vita)'을 찾아 부두 마법이 우글대는 17세기 카리브 해를 종횡무진 누비는 대모험담!


팀 파워즈와 제임스 거니의 서명

158번째 책이다

제임스 거니의 스케치를 모은 속지

이건 PSS 해설을 쓰기 위한 기초자료로 쓰려고 산 로커스. 전에 6개월 정도 정기구독한 적이 있었는데, 정기구독보다는 필요한 내용이 있는 과월호만 주문하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다 못 읽어서 밀리더라ㅠ.ㅠ) 오른쪽 아래 깔린 로커스지는 제프 밴더미어 인터뷰가 필요해서 샀는데, 표지 인물은 댄 시먼즈였다. 깔려서 사진에 나오지도 못하다니... 패배의 시먼즈.

미에빌의 트레이드 마크인 썩소와 팔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젠 사진찍는 포즈 좀 바꾸지?-_-

참, 로커스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차이나 미에빌 발음이 China [Tom] Mieville (pronounced mee-AY-vill)이란다. 그럼 차이나 미에이빌이라고 해야 한다는 뜻인가? 위키피디아에도 IPA로는 미에이빌이 맞다고 그러는데... 아래 Your Mom's Basement가 유튜브에 올린 인터뷰 동영상을 들으면 발음이 너무 빨라 잘 구분이 가질 않는다. 이참에 확 바꿔버려?



... 여기서도 팔짱을 끼고 있구나-_-;;

아무튼 2002년 3월 The Scar 출간 직후 인터뷰 한 토막,

"For my first novel, King Rat, the strongest influences were Michael de Larrabeiti's 'Borribles' trilogy and Tim Powers's The Anubis Gates, which looms very large for me. And then theres the whole literary tradition of Dark London."

... Iron Council에는 감사의 말에 파워즈 이름까지 들어가 있었지, 아마? 존 클루트나 영어판 위키피디아가 PSS를 스팀펑크라고 분류하기도 한 걸 보면, 스팀펑크와 뉴위어드 사이에 양식면에서 공유하는 지점이 굉장히 많은 듯하다.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세 권 다 소위 뉴위어드(New Weird)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다. M. 존 해리슨의 비리코니엄(Viriconium) 시리즈 합본, 제프 밴더미어의 '성자와 광인의 도시City of Saints and Madmen', 그리고 제프 & 앤 밴더미어가 편집한 앤솔로지 'The New Weird'까지(뉴위어드 하앍). 개별 책 소개는 다음 기회에.

by 애쉬블레스 | 2008/06/21 01:37 | 트랙백 | 덧글(1)
TOY - 안녕 스무살


직장 회식 때문에 술 먹고 들어와서 세번쯤 따라부르다가 펑펑 울었다.

정말 몇 년만에 울어본 듯.

울다가 실수로 앞의 포스트를 삭제해버렸다. 유로스님께는 죄송.
by 애쉬블레스 | 2008/06/21 00:35 | 트랙백 | 덧글(0)
6월 1일 부산 시위

이번 소고기 사태에 대한 내 입장은 어떤 것이냐 하면... 사실 난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은 약간(...보다는 많지만 아무튼) 과장된 구석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얼마전 추적60분에서 한국 축산농가의 실태에 관해서 보도한 것은 현실의 이면일지도 모른다. 90년대 한동안 수입한 육골분 사료로 소를 키워왔으니, 누구말마따나 한우들도 전수조사하면 광우병 걸린 소들이 수두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역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협상 내용을, 그리고 국민들을 "가난하고 외로운 네티즌" 운운하는 이 정권의 태도를 볼 때마다, 열이 뻗친다. 게다가 찝찝해서 안 먹겠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에게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고, 방패로 내려찍고 곤봉을 휘두르는 이건 대체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우리나라에는 불만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에 나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절거릴 자유가 있다. 그런데 왜 때리나? 인도에서 도로로 내려온 게 문제가 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딱지 떼고 범칙금을 받으면 되지, 그게 개처럼 얻어맞고 경찰서로 짐짝처럼 실려갈 일인가? 너네들이 뭘 잘했다고 사람을 패냐? 얼마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쓰러뜨리고 머리를 짓밟는 장면이나, 패닉 상태에 빠져서 피투성이가 되었는데도 아픈 줄도 모르는 어린 여학생 사진은 열이 뻗쳐서 도저히 자리에 앉아서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다가오는 마감의 압박+친구와의 약속+소개팅(...) 등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에야 나갔다. 토요일이 진짜 최대 집회였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니 그때 나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튼 나갔다 온 것에 의의를 두고^^; 서울에서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기 부산에서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일단 오늘은 예정되어 있던 정규 시위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든데, 그 때문인지 시위대 규모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경찰과의 대치도 심하지 않았다.

집에서 자다가 8시 다 되어 일어나서 시위 장소인 서면 쥬디스 태화 옆 거리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시위 행진이 시작되었는데, 서면 큰길쪽으로 나가려니까 닭장차가 막고 서 있어서 사람들이 "차 빼라!"를 연호하다가 닭장차가 꿈적도 않자 바로 뒤돌아서서 막혀있지 않은 반대쪽 길로 몰려갔다-_-; 밀리오레 앞길을 따라 부전역 근처까지 행진한 다음,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 서면 로터리 쪽으로 향했는데, 전경들이 따라오며 도로로 나오지 못하게 사람들을 차단해서 좁은 인도에 갇히게 되자 시위대가 지하도로 들어가 맞은편 길로 빠져나가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_-;;

구호는 이런 것들이었다. "이명박은/물러나라" "부산시민/함께해요" "평화시위/보장하라" "연행자를/석방하라" 그리고 "쥐새끼를/때려잡자" 등등. 일부는 "폭력경찰/물러나라"를 외치기도 했는데, 당장은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없어서 조금 괴상하게 들렸다.

로터리에서 잠깐 대치 상태가 이어지더니 행사 운영진 쪽에서 쉰 목소리로 뭐라고 이야기하려 하니까 사람들이,
"확성기를/빌려줘라" -> "돌려줄게/빌려줘라" -> "서울에선/빌려줬다" -> 그래도 안 빌려주니까 "부산경찰/쪼잔하다"로 구호를 바꿔 듣는 사람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시위 현장에서 이야기는 4/4조로 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다.

경찰서 경비과장이 나와서 "부산시민 여러분들께서 빨리 통과하시리라 믿고 잠시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여 시위대의 환호를 받았다. 그 뒤로 시위대는 차선 2개를 사용해 서면 로터리를 지나 미니몰 근처에서 유흥가 쪽으로 방향을 틀어 롯데백화점 근처를 경유하여 한 바퀴 돈 다음 자리에 앉아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고, 난 내일 출근을 위해 거기서 귀가했다. 목도 잠기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버티질 못하겠더라. 서울에서 밤새워 시위하는 동지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행진을 하던 도중에 주위에서 "지방에서 시위를 하면 전국의 경찰 병력이 서울로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서울 시민들에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지방 시위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럼 서울 동지들, 건투를 빈다.
by 애쉬블레스 | 2008/06/02 00:46 | With or Without You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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