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인간을 제물로 바치느냐'고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는군요ㄷㄷㄷ 제가 <칼리의 노래> 번역하면서 조사한 바로는 좌도(左道) 탄트리즘, 즉 탄트라 신앙에서 다소 어두운 부분을 추종하는 일파들이 인신공양제를 올린다고 하더군요. 특히 카팔리카라든지 파슈파타 같은 시바 파 쪽이 이런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사실 기독교의 경우(구약성서의 입다와 그 어린 딸)도 그렇고 거의 대부분의 고대 종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인신공양에 대한 희미한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짓을 21세기에도 계속 하고 있다면 문제겠죠. 문화상대주의를 윤리상대주의로 착각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앞으로 나와 손짓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검은 커튼으로 가려진 작은 벽감 여럿이 나 있는 창고 사원의 한쪽 벽으로 향했습니다. 카팔리카들은 결혼식장의 안내인처럼 손짓하면서, 우리들 각자에게 구획된 공간 하나씩을 지정한 다음, 다음 사람에게 들어갈 장소를 보여주려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산자이는 어두운 자기 벽감으로 들어갔는데, 저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앞에서 손짓하는 동안 잠시 멍하니 서 있기만 했습니다.
  공간은 비좁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둘러본 주위 돌벽에는 가구나 장식품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검은 옷의 남자는 '무릎을 꿇으십시오.'라고 속삭이고는 묵직한 커튼을 닫았습니다. 마지막 빛 한 줄기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강물 흐르는 소리마저 후텁지근한 정적 속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하더군요.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도록 내버려 두고 그 맥박을 스물 일곱까지 세었을 때,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건 여자의 목소리였어요. 아니, 그보다도, 성별을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라고 해야겠네요. 저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면서 손을 휘둘렀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내게 제물을 바치거라.' 목소리는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을 꿇고, 다시 한 번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나 저를 건드리는 손길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커튼이 옆으로 젖혀지자 일어서서 벽감을 나왔습니다.
  우리 입문자들이 어느새 신상 앞에 반원형으로 모였을 때, 모두 일곱 명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 됐네, 도망친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산자이가 제 팔을 건드리더니 여신 쪽으로 고갯짓을 했습니다. 여신이 춤추며 밟고 있는 벌거벗은 시체는 아까 것보다 더 젊고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없었죠.
  여신의 네 번째 손은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신이 머리채를 움켜쥐어 들고 있는 무언가가 약간 흔들렸습니다. 그 애의 얼굴에는 약간 놀란 표정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핏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면서 비가 쏟아지려 할 때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누구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칼리, 칼리, 발로 바이.' 우리는 노래했습니다. '칼리 바이 아레 가테 나이.'"
by 애쉬블레스 | 2010/04/18 03:37 | 트랙백 | 덧글(4)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
영화 끝나고 나서 한 줄 감상:

아스카를 돌려줘!!!


 1. 항간에 떠돌던 루프설 또는 평행우주설에 관해서는, 둘 다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파'에서 핏빛으로 물든 바다를 세컨드 임팩트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루프설은 그다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리고 평행우주설도 그렇게 추정할 만한 근거가 없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카오루가 서의 결말에서 "넌 이번에도 세번째구나", 그리고 파의 결말에서 "이번에는 너만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메타픽션적 장치가 아닌가 싶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카오루는 사실상 안노 히데아키의 작중 대리인으로, 자신이 애니 등장인물임을 의식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이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에 출연해 왔음을 위의 대사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쌀나라 만화 중에서 엑스멘 세계의 데드풀 같은 캐릭터의 경우도 자신이 만화 주인공임을 의식하는 대사("난 저번 OO호에도 나왔었지.")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달 표면에 남아 있는 긴 붉은색 자취를 설명 못한다는 단점이OTL 루프설을 주장하는 쪽은 이 자취가 '에반게리온의 종말'에서 리리스의 목이 떨어지면서 뿜어져 나온 피라고 하던데, 꽤 그럴듯하긴 하다.

2. 사도들의 디자인은 TV판보다 나아진 듯하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도안의 콜라주 같아서 훨씬 비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도는 ('20세기 소년'의 사교집단 "친구"의 눈모양과 비슷한 무늬가 그려져 있어 "친구엘"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하키엘이었다. 최강의 거부타입 휴지사도(...) 제르엘도 멋지게 리뉴얼되었고.

3. 카지의 어색한 영어...ㅋㅋㅋ

4. 여캐들에 관한 촌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쿨데레                                    츤데레                                       ...?

5. 마음에 드는 연출
신지, 토우지, 켄스케가 하교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다음, 농구를 하는 장면. 신지와 켄스케가 에바 3호기의 도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곁에서는 토우지가 혼자 슛 연습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이야기가 에바 3호기의 파일럿에 관한 대목에 이르는 순간, 농구공이 굴러와 토우지의 발에 부딪히지만 토우지는 공을 줍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TV판을 본 관객들이 이 대목에서 이후 일어날 참사를 예감하고 약간 긴장하는 순간, 토우지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보면서 내뱉듯이 말한다. "젠장, 또 꽝이네."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이 솜씨, 역시 사골게리온답다.

마지막으로 '날개를 주세요'(하야시바라 메구미+choir 버전)

by 애쉬블레스 | 2009/12/09 22:42 | 트랙백 | 덧글(2)
차이나 미에빌의 신작 'Kraken', 시놉시스 공개
차이나 미에빌이 쓰고 있다는 신작 'Kraken'의 시놉시스가 공개되었습니다.

동시에 같은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두 도시 베셜(Beszel)과 울코마(Ul Qoma)를 배경으로, 어느 날 일어난 살인 사건의 배후를 쫓아 차원을 넘나드는 사설탐정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The City & the City'(2009년 5월)가 뉴위어드 + 하드보일드 누아르 소설이라, 바다괴물 나온다던 'Kraken'은 그만 엎어진 줄 알았는데, 별도의 작품으로 진행되고 있었나 봅니다. 사실 아무리 뉴위어드라고 해도 괴물이 안 나오면 저로서는 흥미 반감이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Kraken'의 발표일은 영국에서는 2010년 5월 7일, 미국에서는 6월 15일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이런 내용이라고 하는데, 분위기를 보아 하니 바스락 소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인 거대한 오징어 하나가 갑자기 사라진다. 이 대담한 절도 사건으로 인해, 얼마 전에 표본의 보존 작업을 마친 박물관 연구사인 클렘은 사교집단들과 초자연적 마법이 횡행하는 어두운 도시의 지하세계로 향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이 그 오징어가 어느 신의 상징이므로 그에 걸맞은 예배를 받아야 한다고 받아들여진 듯하다. 클렘은 누군가 그 오징어를 이용하여 세계의 종말을 시작하려고 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이제 세계의 멸망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클렘과 딘이라고 하는 배교자에게 달려 있는데,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자신들이 부지불식간에 말려든 사교집단 사이의 전쟁으로부터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쳐야만 한다..."

뭐랄까, 오징어의 신이라니, 왠지 귀여운데요?^^ 잘 하면 러브크래프트 필로 충만한 모험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by 애쉬블레스 | 2009/11/29 01:32 | SF/판타지 | 트랙백 | 덧글(0)
캐리비안의 해적 4편, 팀 파워즈의 'On Stranger Tides'를 영화화하기로
예전에 캐리비안의 해적 3편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이 비밀 지도를 이리저리 돌리니 청춘의 샘(Aqua de Vita)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파워즈의 'On Stranger Tides' 생각이 나더군요. 이후 y님과의 전화통화 중에 y님께서도 그 얘기를 하셔서 두 사람이 격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실현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디즈니사가 D23엑스포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4편에 관한 주요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이미 올랜도 블룸과 키라 나이틀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조니 뎁과 제프리 러시는 그대로 출연하며, 감독이 고어 버빈스키에서 롭 마샬로 교체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부제와 개봉 시기가 공개되었네요. 제목은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이고 2011년 여름에 개봉된다고 합니다.
http://extmovie.com/zbxe/1896561



처음에는 그냥 동명 제목인 줄 알았는데, 로커스 지도 디즈니 사가 팀 파워즈로부터 'On Stranger Tides'의 영화화 판권을 옵션 구매했다고 보도했네요.
http://www.locusmag.com/News/2009/09/powers-novel-optioned-for-new-pirates.html

'On Stranger Tides'의 주인공 이름이 잭 섄디(Jack Shandy)인데, 이걸 잭 스패로우로 바꾸게 될 것 같습니다. 영화가 원작 소설의 내용을 어디까지 반영할 지 궁금하긴 한데... 우리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 팀 파워즈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죽도록 개고생을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럼 너무 마음 아파서 못 볼 것 같은뎈ㅋㅋㅋ 아무튼 팀 파워즈로서는 자신의 작품이 이번에 처음 영화화되는 거죠? 늘 읽을 때마다 '플롯이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된 작품도 영화화가 가능할까?'하고 궁금해 했는데, 조만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캐리비안의 해적 이전 3부작은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포트 로열 같은 몇몇 실제 장소를 제외하면, 기묘하게도 현실과 격리된 가공의 세계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요, 파워즈의 원작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매우 엄밀한 역사적 고증이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Hollywood Elsewhere지의 보도에 의하면 4편부터는 "스팀펑크적인 분위기가 첨가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영화화 이상으로 궁금한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원작 소설 'On Stranger Tides'에 기초한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이 흥행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1) 파워즈가 5편과 6편의 제작을 위해 원작 소설의 후속편을 집필하게 될 것인지, (2) 이로 인해 파워즈의 다른 작품이 영화화(!)될 것인지. (2)번까지는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보통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흥행면에서 관성이 있으니 (1)의 경우에 대해서는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들의 면면 이상으로 감독 교체가 눈에 띄는군요.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의 감독인 롭 마샬이 맡는다면, 다소 코믹한 모험물이었던 이전 3부작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될 것 같네요. 하기사 파워즈도 '아누비스의 문'에서 간간히 코믹한 장면을 넣긴 했으니까, 넣으려고 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군무를 추면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겠죠?^^;;;

그리고 이건 농담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 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제목은 'Pirates of the Caribbean: Secret of Monkey Island'가 되지 않을까요?ㅋ
by 애쉬블레스 | 2009/09/28 17:54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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