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퀼리브리엄

전에 케이블에서 일부분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빌려보았다.

사실 내용 자체는 그리 참신하다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감정을 억압하고 예술품을 불태우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의 배경은 흡사 조지 오웰의 '1984년'과 레이 브래드베리의 '화씨 451'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 카타(gun kata)라고 불리는 총기를 사용한 액션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카타나 대결 장면도 굉장히 멋있었고, 근래 보았던 카타나 검투가 나오는 영화 중 가장 민첩하고 힘이 넘쳤다. 굳이 흠을 잡자면 너무 짧다는 것 뿐이다. 꽤 잔인하기도 했는데, 그때 우리 엄마하고 나란히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엄마는 기겁을-_-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초반부에 교회에서 파트리지(션 빈)가 몰래 숨겨둔 예이츠의 시집을 읽다가 프레스턴(크리스천 베일)의 총에 목숨을 잃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파트리지가 읽는 예이츠의 시는 "천국의 옷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이라는 시이다.

제게 금빛과 은빛의 실로 자수한,
천국의 옷이 있다면,
밤과 낮과 어스름처럼
파랗고 어스레하고 어두운 그 옷이 있다면,
그 옷을 당신 발 아래 깔아드렸으련만
전 가난하여 가진 것이라곤 꿈뿐이라
제 꿈을 그대 발 아래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이 제 꿈이오니.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전체적으로 평가를 내리자면, 꽤 잘 만든 영화이다. 내용 자체는 참신하지 않아도 그 내용을 충분한 시각적 볼거리와 함께 견실하게 풀어나갔다. 이 영화 이후로도 커트 위머 감독은 울트라바이올렛 같은 작품을 내놓았는데,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 말은 못 하겠다. 그런데 IMDB 평점을 보니 좀...^^;

IMDB의 trivia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게, 매트릭스와는 달리 이 영화에는 단 한 장면도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천 베일이 오토바이를 딛고 공중제비를 넘으면서 양쪽으로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트램펄린을 사용했다고.

... 그리고 '레드 드래곤'에서 에밀리 왓슨은 참 어려 보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왜 이렇게 나이 많아 보이게 나온 건지OTL

by 애쉬블레스 | 2007/10/03 22:24 | With or Without You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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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andmeer at 2007/10/03 23:30
으 그 영화 극장 개봉 당시 크리스천 베일의 근사함에 꼭 봐야지 했었는데, 광고가 영화의 전부라는 말에 절망하고 지금까지 못 본 영화로군요...;

언제 케이블에서 하면 봐야겠습니다. -_-;;;
Commented by 애쉬블레스 at 2007/10/04 00:02
sandmeer/ 매트릭스처럼 혁신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기대하면 실망하시겠지만, 그냥 무난하고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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