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를 다녀와서
전날 여동생은 봉하마을에서 문상했다. 원래 같이 가려고 했지만,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한 분과 같이 간다길래, 괜히 쑥스럽고 어색하기도 해서 따로 가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5시 반에 도착해서 10시에 조문을 하고 돌아온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다소 번잡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국 조촐하나마 벡스코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서 조문하고, 봉하 마을은 추모 열기가 조금 가라앉으면 살짝 찾아가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생전에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 보니 결국엔 만시지탄인 상황이 되어 버려 안타까웠다.

벡스코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약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조문을 마쳤다. 한나라당에서 젓가락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하는 부산인데도, 조문 온 사람들의 수는 적지 않았고, 주위에서는 훌쩍거리는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비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퇴임 후 자주 볼 수 있었던 소탈한 일상의 모습들이 마침내 진정성을 인정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현 정권에 대한 반감도 그 열기에 한 몫 했겠지만...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진보진영과 노 대통령의 길에 관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거의 분명한 적대관계였던 (자칭) 보수진영과는 달리, 진보진영과 노 대통령은 애증으로 얽힌 긴장관계였다. 고인이 떠난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가 서로 달랐던 것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아니라 내딛는 보폭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거칠 것 없이 홀가분했기에 큰걸음으로 빠르게 걸을 수 있었다면, 고인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힘겹고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이제 고인이 절망으로 스러져 간 자리에서 희망을 다시 피워올리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2에 이명박이 나온다는 게 진실?
by 애쉬블레스 | 2009/05/29 13:41 | With or Without You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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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핫독 at 2009/06/11 08:50
오빠 안녀영???^^*
Commented by 애쉬블레스 at 2009/06/12 15:53
핫독/ 어? 오랜만이네? 블로그에 놀러오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ㅋㅋㅋ

학교 생활 잘 하고 있지? 가끔 놀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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