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
영화 끝나고 나서 한 줄 감상:

아스카를 돌려줘!!!


 1. 항간에 떠돌던 루프설 또는 평행우주설에 관해서는, 둘 다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파'에서 핏빛으로 물든 바다를 세컨드 임팩트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루프설은 그다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리고 평행우주설도 그렇게 추정할 만한 근거가 없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카오루가 서의 결말에서 "넌 이번에도 세번째구나", 그리고 파의 결말에서 "이번에는 너만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메타픽션적 장치가 아닌가 싶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카오루는 사실상 안노 히데아키의 작중 대리인으로, 자신이 애니 등장인물임을 의식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이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에 출연해 왔음을 위의 대사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쌀나라 만화 중에서 엑스멘 세계의 데드풀 같은 캐릭터의 경우도 자신이 만화 주인공임을 의식하는 대사("난 저번 OO호에도 나왔었지.")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달 표면에 남아 있는 긴 붉은색 자취를 설명 못한다는 단점이OTL 루프설을 주장하는 쪽은 이 자취가 '에반게리온의 종말'에서 리리스의 목이 떨어지면서 뿜어져 나온 피라고 하던데, 꽤 그럴듯하긴 하다.

2. 사도들의 디자인은 TV판보다 나아진 듯하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도안의 콜라주 같아서 훨씬 비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도는 ('20세기 소년'의 사교집단 "친구"의 눈모양과 비슷한 무늬가 그려져 있어 "친구엘"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하키엘이었다. 최강의 거부타입 휴지사도(...) 제르엘도 멋지게 리뉴얼되었고.

3. 카지의 어색한 영어...ㅋㅋㅋ

4. 여캐들에 관한 촌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쿨데레                                    츤데레                                       ...?

5. 마음에 드는 연출
신지, 토우지, 켄스케가 하교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다음, 농구를 하는 장면. 신지와 켄스케가 에바 3호기의 도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곁에서는 토우지가 혼자 슛 연습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이야기가 에바 3호기의 파일럿에 관한 대목에 이르는 순간, 농구공이 굴러와 토우지의 발에 부딪히지만 토우지는 공을 줍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TV판을 본 관객들이 이 대목에서 이후 일어날 참사를 예감하고 약간 긴장하는 순간, 토우지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보면서 내뱉듯이 말한다. "젠장, 또 꽝이네."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이 솜씨, 역시 사골게리온답다.

마지막으로 '날개를 주세요'(하야시바라 메구미+choir 버전)

by 애쉬블레스 | 2009/12/09 22:4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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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인로 at 2009/12/10 01:54
오오… 메타픽션적 장치라니, 근래 들은 카오루(라는 이름의 떡밥)에 대한 해석 중 가장 신선하군요. 왠지 막 지지하고 싶어집니다. 달 표면에 남아 있는 붉은 색 자취는 어… 세컨드 임팩트 당시의 흔적이라고 대충 얼버무리는 게 어때요. 어차피 별로 중요할 것 같지도 않은데(아,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치졸하다).
Commented by 애쉬블레스 at 2009/12/11 01:39
동감입니다. 사실 '서'에 나왔던 거인이 쓰러진 자리나, 이번 '파'의 달 표면의 붉은 색 흔적 같은 건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가이낙스와 안노의 장난질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를 포함한) 오덕들은 여기 낚여서 이게 무슨 의미일지 자못 진지하게 고민하거든요. 결국은 나도 낚였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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